제 강점은요… – 헤드헌터

를 누군가에게 알리고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는 일. 나의 시선과 남의 시선의 가운데 중심을 잡고 잘아가는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책 주인공인 브론처럼 남의 시선 가운데 진실을 잡아내야하고 포장된 가식을 읽어내야 하는 헤드 헌팅이라는 직업과 남에게는 보여지지 않는 수많은 개인적인 비밀들을 둘다 유지해야하는 입장이라면 그 스탠스를 유지 하는것조차 보통은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을것 같습니다.

책을 처음 열면 만나는 장면에서는 브론이 누군가의 인터뷰를 하고있습니다. 주도권은 계속해서 브론이 가져갑니다. 인터뷰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손에 땀을 쥐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구요. 어디서나 면접은 이런식으로 진행되는걸까요? 재밌는건 이 책에서 예상 가능한 상황은 거의 없습니다. 예상과 질문이 들어갈만한 여백에 작가가 미리 전부 손을 써놓은 듯한 느낌이랄까요.

“아인바우, 리드, 버클리.”
“그건 FBI에서 쓰는 9단계 심문 모델이라고.”
-p36

1962년 미국의 수사관 아인바우와 리드, 버클리가 펴낸 『범죄 심문과 자백』이라는 책이야말로 지금까지 서방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쓰이는 심문 기법의 토대가 되었다.
-p108

브론은 여러개의 진실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진실은 겪고 이해하는 것보다 다가가는 과정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듭니다. 이에 브론은 ‘심문 모델’이란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헤드 헌팅이라는 직업을 위한 틀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맞게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인터뷰이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도록 하는 방법이지요. 인터뷰를 하는데 심문 모델을? 이라고 말하지만 대화의 발전 과정을 보고 있자면 전혀 위화감이 없이 흘러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책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찾아 보았습니다.
없습니다. 없어요.

대신에 이런 내용의 포스트를 찾았습니다. 심문 과정의 심리학
흔히 말하는 Good Cop, Bad cop과 몇가지 사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글이네요. 또한 이런 책도 찾았습니다. FBI 행동의 심리학.
시간되면 언제한번 읽고 싶은 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범죄 심문과 자백이라는 책이 없다는것이 아쉽기 그지없네요.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채용 면접 때 제시하는 논리 문제를 들려 주었다.
세 개 연속으로 홀수인 소수가 있을까요?

“그래요, 그래서 내려는 논리 문제가 뭔데요?”
-p51

나..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이 여인의 똑똑함을 부각시킬 수 있는 문제는 없었을까…..?

산 미구엘 맥주 한 병을 꺼냈다. 평소 마시던 에스페셜이 아니라 1516년 순수 맥주 제조법에 따라 만들어져 특별히 부드러운 맛을 낸다는 1516,
-p65

산미구엘1516

이 책에서 본 후 몇번 세계 맥주 전문점이에서 산 미구엘 1516을 찾아봤는데 없더군요. 마트에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에바 무도치’, 바로 전 세기 말 뭉크가 만난 영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초상화를 그리기 전 돌 위에 스케치를 했다는 바로 그 그림.
-p104

아무리 뛰어난 예언가라해도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
-p129

“화가가…… 화가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죠.”
-p130

아무래도 브론의 또다른(?) 직업중의 하나가 그림과 관계된 일이다보니 멋진 그림들이 몇점 나옵니다. 또한 노르웨이 작가라는걸 알리고 싶다는듯 노르웨이 작가들의 작품과 루벤스의 작품이 나오지요.

칼리돈의멧돼지사냥

그림을 찾다보니 알라딘 블로거중의 한분이 이 책에 나오는 그림들에 대해 정리해 놓은 포스트 들이 있습니다. 한번 찾아가 보는것도 좋을듯 하네요. 요 네스뵈 소설에 나오는 미술품들

그림을 보고나니 줄리언 오피의 그림들에 흥미가 생기네요. 명암없이 선과 면으로만 이루어진 형상들인데도 느낌이 매우 강렬한듯.

나는 그때까지 내가 저지른 재미있는 실수담들을 들려 주었다. 이야기하는 당사자를 바보처럼 보이게 하지만 실상은 그 사람이 그런 창피를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감 넘치고 성공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는 그런 농담.
-p210

남자들보다 도덕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배신과 기만이라는 술수를 남자보다 훨씬 능숙하게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p490

결국 끝까지 모든 내용은 사람의 심리에 따라 씌여지고 있습니다. 초장부터 심문의 기술을 언급하더니 끝까지 사람의 마음을 갖고 놀려고 작정을 했나 봅니다. “자신감 넘치고 성공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는 그런 농담”과 같은 어구는 상당히 멋진 글귀 같습니다. 대화중에 저런 느낌을 받은적이 많이 있었지만 쉽게 말로 표현하지 못한 한 사람의 인간을 나타내주는, 마치 줄리언 오피의 일러스트 같은 단순하지만 강렬한 느낌의 어구 같거든요.


 책은 미사여구가 많은 서술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장면에 대한 묘사가 조금 긴 편이긴 한데 그것과는 별개로 길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아…이렇고 저렇고…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려는 순간 스리슬쩍 사건이 진행되버립니다(!). 저는 처음에 잘못 본 줄알고 그 단락을 다시 가서 읽어보는 짓을 여러번 반복 했습니다. 장면 묘사와 사건에 대한 묘사를 따로해서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것 같은데 이런식의 묘사는 또 새로웠습니다.

이야기에 살이 붙어가며 약간 억지스런 면이 보이긴 합니다만 그런 사건의 흐름을 미려한 글쓰기와 브론의 의식흐름에 대한 시기 적절한 묘사들로 채워내고 있습니다.

리디북스에서 편집도 잘 해 놓은것 같아 이북으로도 크게 불편함없이 며칠동안 즐거웠습니다.^^

transpine

생각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생각하는 힘을 기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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