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보는 눈 – 다잉 아이

‘그렇지. 보통의 일본 소설이 조용한 분위기로 시작해서 스산한 분위를 알려주는거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찾아오는 엄청난 묘사의 반전. 얼마 되지 않은 분량의 묘사 같은데 워낙 그 현장이 참혹하고 이후 사전 전개의 출발이 되는 부분이라 그 임팩트가 끝날때까지 이어집니다.

또한 장소가 바뀌고 시간이 바뀌어도 신스케의 생각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일부러 이 책에서 이런식의 구도를 잡아가는건지 원래 글 쓰는 스타일이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추리/미스터리 소설에서 이런식의 글쓰기가 상당히 내용에 궁금증을 일으키는데 효과적이라는걸 처음 느꼈습니다.

“그런거 아무 상관 없는 일이잖아.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잊었으면 지금부터 다시 생각하면 되지.”
신스케는 그녀의 손을 살짝 쥐었다. 싸늘하고 눅눅한 손이었다.

8
바텐더가 되겠다고 처음부터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었다.
….
-97p

즉 이런식으로 앞에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신스케가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왜 바텐더가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것일테고 그러면서 새로운 문단이 시작되는 형태입니다.


이야기를 끌어가며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신스케며 그가 바텐더이다보니 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아이리쉬 크림

“아닙니다. 혹시 그 술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전에 비행기에서 한 번 마셔 봤는데.”
“비행기요?”
“하와이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말이죠. 아니, 돌아오는 비행기였던가. 크림 같은 맛이 나는 달착지근한 술이었는데.”
“아.”
-16p

irish_cream

원료 : Irish Whisky + Irish Cream + Chocolate
출처 : NeoType의 일상 칵테일

베일리스사에서 만든 술로 달콤하고 부드러운 촉감을 갖고있어 여성의 오감을 충족 시키는 술이랍니다. 위에 나온 남자는 그 비행기를 같이 타고갔었던 여인을 생각하며 마신술이 아닐까합니다. 그 여자가 마시고나서 즐거워했던 술이지 않았을까 생각되거든요.

알렉산더

“<술과 장미의 나날>이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제목은요.”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그녀가 대답했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이 술을 못 마시는 아내에게 마시게 한술이 바로 그 칵테일 입니다. 그 결과, 어떻게 되었을까요?”
여자가 고개를 옆으로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 술맛에 푹 빠진 아내가 결국은 알코올 중독자가 됐죠.”
-112p

brandy-alexander_05

원료 : 1.5oz Brandy / Cognac

1/2oz Creme de Cacao
1/2oz Khalua / Brown creme de cacao
2oz Heavy Cream
출처:하로의 술 이야기

“첫맛은 달콤하고 부드러운게 깔루아밀크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잠시일 뿐, 브랜디의 강한향이 후욱 올라옵니다.”라고 하네요. 그여자가 쭈욱 들이키고 내뿜던 매혹적인 숨결은 이 칵테일이 주는 맛과 비슷하네요. 히가시노 게이고 이 양반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틀림없을듯.

비트윈더시트

술을 마실 때 여자는 살짝 눈을 감고 턱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 그 황홀해하는 표정을 보는 순간, 신스케는 온몸이 찌릿찌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179p

비트윈_더_시트

바에서 남자가 여자한테 자고싶다는걸 어필할때 권하는 칵테일이다. 칵테일 이름그대로 너와 (침대)시트로 가자는 말.
원래 침대 시트로 간다는 의미는 나이트캡이라고 자기전 마시기 적당한 술이라고 해서 만들어진 이름 같은데 이 책에서도 흔히 알려진 방법대로 유혹하기 위한 용도의 칵테일로 묘사됩니다.

출처 : 엔하위키

설명이 필요없네요. 혹시라도 언젠가 이 칵테일을 만들어줘야 하거나 사줄 때는 부디 상대방이 이 의미를 알기를 바랍니다…


사건의 전모를 알게되면 약간 억지스럽다고 이야기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지막장. (진짜 마지막장)을 넘기는 순간. 그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겁니다. 내용이라기 보다는 출판사에서 일종의 장치를 만들어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저녁 11시가 넘은 시각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혼자 마지막장을 넘겼는데 뒷덜미가 서늘해짐을 느꼈습니다. 스산한 분위기를 일부러 직접 만들어 읽는것도 이런 책을 읽는 좋은 방법중의 하나인것 같습니다.

transpine

생각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생각하는 힘을 기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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