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외면하게 만드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정치는 먼 얘기.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
매일 매일 정부의 정책은 언론의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주변의 언급에는 막연하게 ‘그렇겠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술자리 한토막 같은 이야기로 흘러간다.

구름같은 이야기 보다는 내가 이번달에 얼마를 벌 수 있을건지. 오늘 저녁에는 뭘 먹을건지.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공부를 못하는지 등 금방 결론이 날것만 같은 손 닫기 쉬운 이야기에 더 눈이가고 관심이 간다.

얼마전 SBS 궁금한 이야기 Y에는 자동차 공업사에서 검사원으로 일했던 백남융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 둔 지난해 9월 28일, 백진우씨(32세)는 아버지가 사고를 당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자동차 공업사에서 검사원으로 일했던 아버지 백남융씨(58세)가 4M 높이의 지붕에서 추락했다는 것! 진우씨가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이미 아버지는 의식을 잃은 채 피범벅이 된 상태였다. 결국, 아버지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생을 달리했다. 아들에겐 너무도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을 두고, 회사에서는 ‘자살’로 입을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 진우씨가 아는 아버지는 책임감이 강해 가장의 자리를 쉽게 내려놓으실 분이 아닐뿐더러 연휴보너스를 받으면 소고기를 사먹자던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죽음을 놓고 미로 속을 헤매던 진우씨. 절망의 끝에서 의문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익명의 남자는 아버지가 자살한 게 아니라 죽음의 진실은 따로 있다고 했는데.. 도대체 그날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은 진행중이지만 4개월째 지지부진하고 사고사로 처리되어 있는 상황.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알려준 사람은 아버지의 직장 동료였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제보를 했다는 남자. 아버지가 지붕에 올라간 이유는 고장 난 환풍기를 수리하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다가 함께 지시를 받은 다른 직원도 있었다. 그가 위험하다며 거부를 하자 그를 대신해 아버지가 지붕에 올랐다가 사고가 난 것! 사고 직후, 회사 측은 진실이 새어나갈 것이 두려워 직원들을 입단속 시키고 있다고 했다.

방송을 끝까지 보았지만 진실을 확답받을 순 없었다.
언론은 알려줄 뿐이지 벌을 주거나 죄를 지었다고 판단할 수 없으니까.
유가족 분도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위해 노력하지만 힘겨워하는것 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사건을 되짚에 가는 입장일 뿐이지 사건의 중심에 있지는 않으니.
그렇다면 사건의 중심에 서 있던 사람들은?

취재 내용을 보고 첫번째는 분노하였다.
그렇다.
먼저나를 덮었던건 분노라는 감정이었다.
왜 진실을 외면하는지.
거짓이 거짓이라고 얘기할 순 없는건지.

하지만 그 감정이 잦아들 때 쯤 찾아오는건 의문.
저들이 진정으로 정의가 무엇인지 모르는걸까?
아니.
유가족분에게 전화를 하신 분 처럼 모두들 진실을 알고있고
그것을 알려주는것이 정의의인것을 알고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유교적이며 도덕적인 접근은 변수가 너무 많다.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온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추측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제보자들이며 목격자들을 하나같이 주저하게 만드는 직장에서 짤릴지도 모른다는 걱정.

돈이다.
돈일것이다.
먹고 살기위한 생계의 걱정이 진실을 외면하도록 만든것이다.

내가 여기서 옳다 틀리다를 얘기할 순 없다.
단지 현실이 안타깝고 화가날 뿐이라서 쏟아 내듯이 글을 적고 있는 것 뿐이다.
하지만 누가 그들을 그렇게 까지 내몬 것일까.
그렇게 까지 삶이 위협받지 않는다고 해도 진실을 외면할 수 있을까?

정치, 정책은 너무도 중요하다.
종이 한장 뿐일 정책안이라도, 한마디 말로 축약되는 정책안이라도
사회의 말초신경에는 나비효과 처럼 커다란 고통을 지워주는 것이다.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눈 돌릴 여유가 없어진다.
일이 바쁘면 책상을 정리할 여유가 없어진다.
눈크게 뜨고 지켜봐야한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혹시 크게 병들고 있지는 않은지.
사회가 돌아가는 모든 것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고 나도 그 사회의 구성원이다.
정치는 멀게 느껴지지만 결코 멀게 봐서는 안될 동침하고 있는 적과 같은 느낌으로 간직해야한다.

—-2013.01.23추가—-

보배드림에 올라와 있는글. (피해자 아들분이 쓴 글내용이 있음)
백남융씨가 다니시던 교회에서 쓰여진 글. (공업사 이름은 익산에 있는 진우자동차공업사로 보인다.)

 

transpine

생각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생각하는 힘을 기릅시다.

You may also like...

%d bloggers like this: